오직Q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신철호는 16년째 회사를 이끌어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오늘 자신의 이름 뒤에 남은 숫자 하나를 꺼내 놓는다. 120억 원. 회사 통장에는 투자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정작 갚아야 할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그 자신이 되어버린 사연이다.
핵심 메시지
신철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창업자에게 책임은 필요하지만, 그 책임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삼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판결 뒤에 여전히 남는 질문을 놓지 않는다. 연대보증은 이미 법으로 금지된 제도인데, 회사가 받은 투자금이 어떻게 다시 창업자 개인의 빚으로 둔갑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는 책임과 무한책임은 다르다고 말한다. 창업자가 거짓 정보를 주거나 투자자를 속이거나 회사 돈을 빼돌렸다면 마땅히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고의도 중대한 잘못도 없는 사업상의 실패까지 창업자와 그 가족이 평생 떠안아야 한다면 그것은 책임이 아니라 파멸에 가깝다는 것이다. 법인이라는 제도는 애초에 회사의 사업 위험과 개인의 삶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계약서 문구 하나가 그 경계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보여준다.
주요 내용
90억 투자금, 어떻게 120억 개인 빚이 되었나

사건의 출발은 2021년이다. 오직Q는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전제로 한 투자자로부터 9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인수 시점도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조건부 투자였고, 계약서 어디에도 개인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다만 계약 당사자로 투자자와 오직Q, 그리고 대표인 신철호 본인이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사용자는 1,700만 명, 누적 투자는 약 850억 원, 매출은 152억 원에 이르렀고 영업손익도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회사에는 현금성 자산까지 합쳐 약 400억 원의 자산이 있고, 금융부채는 13억 원 남짓에 불과했다. 투자받은 90억 원 역시 지금도 회사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2023년, 투자자는 인수가 무산됐다며 상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고, 그 상대로 회사가 아닌 신철호 개인을 지목했다.
왜 개인을 겨눴나 — 지분과 이해관계인의 함정

갚을 능력이 충분한 회사 대신 개인을 겨눈 이유를, 신철호는 창업자의 경영권 지분에서 찾는다. 그가 가진 지분은 32퍼센트, 2025년 한 방송사가 주주로 참여했을 당시 기준으로는 약 820억 원어치에 해당한다. 90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가 결과적으로 800억 원이 넘는 경영권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벤처 투자 업계의 오랜 관행을 짚는다. 계약서에 회사와 함께 창업자 개인을 이해관계인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업자가 회사의 진술과 보증을 개인 자격으로 책임지고 지분 처분과 퇴사까지 제약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으로 금지된 연대보증이 다른 이름을 빌려 되살아난 셈이라고 그는 말한다.
강제 매각 위기와 돌아온 침묵

지금 신철호의 급여와 퇴직금, 살고 있는 집은 이미 경매 절차에 넘어갔고, 보유한 회사 주식 전체도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법원이 명령한 청구 금액은 약 97억 원이다. 그는 지분 투자란 성공하면 수익을, 실패하면 위험도 함께 지는 자본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창업자가 투자금을 빼돌리거나 횡령·배임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회사에 돈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창업자 개인을 공격해 경영권을 헐값에 가져가는 설계를 공정한 위험 분담이라 부를 수 있는지 묻는 대목이다.
판결이 나온 뒤에도 신철호와 회사, 다른 주주들은 문제를 풀 방법을 찾으려 했다. 외부 기관이 평가한 공정한 가격으로 투자자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2024년에는 한 상장회사가 원금 90억 원에 투자자 지분을 사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 쪽은 협의해 볼 수 있다는 답을 하다가 이후로는 아예 답을 주지 않았다. 자본금을 줄여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감자라는 절차도 있었지만, 투자자는 여러 달 동안 동의하지 않다가 뒤늦게 구두로만 동의한 뒤 문서 요청에는 한 달 넘게 응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바꿔야 할 세 가지 제도

신철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으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투자조합은 연대보증을 막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는 같은 규제가 없는 불균형을 없애고, 이해관계인 조항이 연대보증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도록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주주평등원칙이 스타트업 투자의 특수성을 가로막지 않도록 상법에 상환 특례 규정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셋째,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기한까지 일괄 신고를 받아 이해관계인 조항을 삭제하거나 무효화하는 행정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도, 침묵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좋은 선례 하나가 쌓이면 그 위에서 다음 창업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8년 전 은인과 행운을 만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고 말했던 그는, 이번에도 그 믿음을 붙잡고 지금의 상황을 공론화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가의 제도는 행운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