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8. 07.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비교 지옥에서 벗어나는 법

세바시 강연|2026. 08. 07.

아무도 나를 때리지 않았는데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아무도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소셜미디어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내 삶이 작아 보인다. 비교라는 감정이 하는 일이다. 비교는 소리 없이 들어와 마음의 화면 비율을 바꿔버린다. 남의 삶은 와이드 스크린 HD로, 내 삶은 작고 초라한 저화질 화면으로 보여준다.

비교는 현실이 아니라 렌즈다

비교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눈동자가 아니라 현실을 왜곡시키는 렌즈에 가깝다. 요즘은 비교하기 너무 좋은 시대다. 예전에는 옆집 사람이나 직장 동료 정도와 비교했다면, 지금은 SNS를 켜는 순간 비교 상대가 전 세계 사람이 된다. 누군가는 승진하고, 누군가는 투자를 받고, 누군가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면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들려온다. '나는 뭐 하고 있지? 다들 앞으로 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데?'

성공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비교

세바시를 회사로 만든 이후에도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고백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스타트업들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가입자 100만 명 돌파 같은 소식을 보면서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쟤네들은 저렇게 잘 나가는데 우리만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런 순간엔 자신이 해온 일의 의미보다 이루지 못한 숫자가 더 크게 보인다.

책을 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비교하며 살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을 쓰고도 허구한 날 베스트셀러 순위를 확인하고, 서점 매대에 자기 책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 책은 5쇄를 찍었고 이미 2만 권이 팔렸다. 첫 책 치고는 꽤 좋은 성과다. 그런데 비교하는 순간, 이 모든 성과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비교는 정확한 계기판이 아니다

철학을 전공한 서울대 엄성우 교수는 한국에서 영어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영국에 유학을 가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사람인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자기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동네 농구장에서는 곧잘 하는 사람처럼 보여도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된 점프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 능력과 경험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데, 비교 대상이 바뀌는 순간 내 가치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그러니 비교는 나의 진짜 가치를 알려주는 정확한 계기판이 아니다.

비교가 지우는 것: 맥락

비교의 가장 큰 문제는 맥락을 지운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실패한 도전들, 무너졌던 날들, 회수하지 못한 투자, 도와준 사람들, 운이 좋았던 순간, 말하지 못한 불안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올린 사진 한 장, 기사 제목 하나, 성과 숫자 하나만 보고 그것과 내 인생 전체를 비교한다. 남의 예고편과 내 메이킹 필름을 비교하는 셈이다. 남의 완성본과 내 초고를 비교하면 당연히 내가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모두의 삶은 아직 편집 중이다.

비교가 올라올 때 던질 세 가지 질문

비교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는 인간적인 감정이다. 다만 그 감정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 나는 지금 누구와 비교하고 있는가. 막연히 '나는 부족해'라고 느끼기보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보고 그렇게 느꼈는지 확인한다.
  2. 나는 그 사람의 무엇과 내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가. 그 사람의 결과와 내 과정을, 그 사람의 최고의 순간과 내 평범한 하루를 비교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핀다.
  3. 이 비교는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 부럽다는 건 내 안에도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고, 질투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는 뜻이며, 불안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비교를 무조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비교는 때때로 내 욕망의 위치를 알려준다. 문제는 그 비교가 배움으로 끝나지 않고 자기 비난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저 사람은 저렇게 했는데 나도 배워야겠다'는 괜찮지만, '저 사람은 저런데 나는 왜 이 모양이야'로 바뀌는 순간 비교는 나를 움직이는 자극이 아니라 나를 멈추게 하는 독이 된다.

렌즈를 벗으면 보이는 것들

망원 렌즈를 끼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 보이고, 광각 렌즈를 끼면 공간이 넓어 보인다. 비교도 마찬가지다. 남의 성공은 확대하고 나의 노력은 축소한다. 그 렌즈를 끼고 오래 살면 내 삶이 정말 그런 줄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렌즈를 벗으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나도 여기까지 왔구나, 나도 꽤 오래 버텼구나,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이다.

비교는 현실이 아니라 렌즈다. 남의 삶은 커 보이고 내 삶은 작아 보이게 만드는 렌즈를 끼고 인생을 평가하면 대체로 불행한 결론에 이른다. 그러니 비교가 올라올 때 자신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나는 지금 누구와 비교하고 있는가. 그 사람의 무엇과 내 무엇을 비교하고 있는가. 이 비교가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으면 비교는 자기 비난이 아니라 자기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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