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7.

고명환 작가의 독서법,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세바시 강연|2026. 07. 17.

교통사고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이후 사업을 네 번이나 실패했던 사람이 있다. 개그맨이자 배우, 요식업 CEO, 그리고 이제는 일곱 번째 책 『독서의 기술』을 낸 저자, 고명환이다. 그는 20여 년간 3천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독서를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무기로 벼려왔다고 말한다.

핵심 메시지

고명환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책은 취미가 아니라 생존 도구라는 것이다. 그는 사업이 몇 번 무너지는 동안에도 계속 책을 읽었지만, 정작 실패를 벗어나게 해준 것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책을 통해 얻은 원리였다고 말한다. 원리를 알아야 확신이 생기고,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몸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자기 신뢰다. 거창한 목표나 재능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는 반복이 한 사람을 바꾼다고 그는 말한다. 평범한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이 결국 비범해진다는 것이 그가 책과 삶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주요 내용

바닥을 인정하는 순간, 판이 뒤집힌다

고명환은 바닥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이 오히려 전환점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찾아온 후배들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들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뒤 "나는 이 일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인정했고, 신기하게도 그 이후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포기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끝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그 자신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팔순 잔치처럼 사례비가 큰 사회를 거절하고, 대신 하루 500원짜리 독서실에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눈앞의 500만 원을 포기했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서 강의와 글의 폭이 넓어졌고 결국 거절했던 돈보다 훨씬 큰 수입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돈을 좇지 않을 때 오히려 돈이 따라온다는 걸 몸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겨놓고 싸우는 사람들의 원리

그는 자신이 몇 번이고 실패했던 이유를 "무작정 열심히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바다에는 아무리 낚싯대를 던져도 물고기가 없는 지점이 있는데, 낚시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하루 종일 애쓴다는 비유를 든다. 반면 소수의 사람들은 싸우기 전에 이미 승률을 최대한 높여놓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도전한 메밀국수 가게가 그 예다. 기후, 인구 구조의 변화, 건강에 대한 관심 같은 여러 조건을 겹쳐 보며 업종을 골랐고, 문을 연 날부터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도 매출이 20% 늘었는데, 여러 조건을 미리 맞춰놓은 덕분에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진짜 실패는 무엇인가: 자기 신뢰의 기술

사업이 무너진 경험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는 사업의 좌절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자 배움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진짜 실패는 따로 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세운 계획, 이를테면 "내일 아침엔 5분만 책을 읽어야지"라는 다짐을 스스로 어기는 것이다.

이런 작은 실패가 쌓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반대로 매일 이불을 개거나 5분씩 책을 읽는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반복은 자기 신뢰를 쌓아올린다. 그렇게 쌓인 신뢰가 있어야 새로운 도전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반복이 만드는 시스템: 엉성하게 시작하기

독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그는 뜻밖의 조언을 한다. 하루 3~5시간씩 읽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결심은 반복이 불가능해서 며칠 못 가 무너지기 쉽다. 대신 하루 한두 페이지, 부담 없이 매일 반복할 수 있는 만큼만 엉성하게 시작하라고 권한다.

여기에 더해 그는 기존 습관에 새 행동을 끼워 넣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차 문을 잡을 때마다 스쿼트를 하기로 정해두었는데, 이 연결 덕분에 잊지 않고 반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반복이 2년 정도 쌓이면 의지력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를 끌어당기는 책을 고르는 법

그는 책을 고를 때 온라인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직접 가라고 권한다. 방법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뒤, 경제경영 코너뿐 아니라 문학, 과학, 철학, 역사 코너를 두루 돌며 제목만 훑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유독 눈에 걸리는 책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게 골랐는데도 막상 안 읽히는 책이 있다면 억지로 붙잡지 말고 잠시 밀어두라고 그는 조언한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사놓고 12년 만에야 읽었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매년 도전하다 최근에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력과 경험이 쌓이면 예전엔 안 읽히던 책이 인생 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

그는 철학자 세네카를 인용하며, 인간은 소비할 때가 아니라 생산하고 창조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가 올해의 키워드로 꼽은 것은 자발적 고통이다. 운동이나 하기 싫은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해내는 경험이 오히려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부모 세대는 고성장 시대를 살아 열심히만 해도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다고 그는 짚는다. 그러면서 행복과 고통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어서, 젊을 때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두면 그 힘으로 나이 들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 겪는 무너짐도 끝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쓰일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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