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4.

장윤금 전 숙명여대 총장이 말하는 무의식적 편견과 교육의 힘

세바시 강연|2026. 07. 04.

장윤금 삼성행복대상위원회 위원장은 전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이자 한국 사립대학 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청중에게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는 현장에서 숨지고 아들만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가 이 아이는 제 아들이라며 수술을 거부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무의식적 편견을 설명할 때 쓰이는 유명한 사례이지만, 대학 강단에서 이 질문을 던져도 정답을 맞히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메시지

의사는 아이의 엄마였다. 의사는 남자라는 이미지, 총장이나 지도자는 남자라는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편견을 키워왔다는 것이 이 질문의 핵심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 속에서 살아왔기에 편견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사람의 가능성은 조건보다 의지가 먼저 결정한다는 믿음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 왔다고 말한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나 가장 부유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라, 미약하고 힘없어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저절로 꽃피지 않는다. 사랑이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교육은 그 가능성을 키우고, 사회적 제도는 그 가능성이 꽃필 수 있도록 지켜준다는 말로 그는 자신의 메시지를 정리한다.

주요 내용

하버드생도 틀리는 질문, 무의식적 편견을 마주하다

이 질문은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무의식적 편견을 설명할 때 아주 자주 사용되는 유명한 사례다.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도 정답을 맞히는 비율은 높지 않았고, 여학생만 있는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사는 남자, 과학자는 남자, 기업의 총수와 총장, 지도자도 남자라는 이미지를 보고 자라온 결과가 바로 무의식적 편견이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딸, 침묵 속에서 이어간 공부

1961년, 아들을 간절히 바라던 어머니에게서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났다. 딸이라는 소식에 어머니는 안아보지도 않고 밀어버렸다고 한다. 훗날 그것이 어머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제였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해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그 과정을 부모님께 거의 끝날 때까지 말씀드리지 못했다. 어머니는 여자는 대학 나와서 결혼만 잘하면 된다고 하셨고,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곤 하셨다. 사랑에서 나온 보호였지만, 그 사랑 속에도 시대의 한계는 존재했다.

책상과 아이 사이, 흔들리던 엄마의 시간

두 딸을 키우며 박사 과정을 밟던 시절, 하루 서너 시간만 자는 것이 일상이었고 독종과 만성 피로라는 두 개의 별명이 붙었다. 어느 날은 학과 건물 안 좁은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보니 건물 전체가 텅 비어 갇혀버린 일도 있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은 수업이 갑자기 취소된 날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베이비시터의 집에 도착했지만, 딸은 식탁이 아닌 구석 장난감 테이블 앞에서 차가운 도시락을 혼자 먹고 있었다. 딸을 안고 돌아오는 내내 울면서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고 말한다.

소 한 마리가 바꾼 한 세대의 미래

교수가 된 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여성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이끌며 만난 우간다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간단한 컴퓨터 교육을 배운 그녀는 마을에서만 팔던 곡물을 이웃 마을과 시장으로 팔기 시작했고, 생긴 수입으로 닭을 사고, 닭을 팔아 염소를, 염소를 팔아 소를 샀다.

여기까지는 흔한 성공담일 수 있지만, 그녀는 그 소를 팔아 딸을 대학에 보냈다. 행사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교육은 단지 개인의 성공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세대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고 전한다.

AI 시대, 진짜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지금도 전 세계 2억 5천만 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많은 학생이 인터넷 원격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 AI가 발전했다고 해서 저절로 평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교육받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더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래 사회의 경쟁력은 기술의 수준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가장 약한 사람의 가능성을 얼마나 키워주는가, 가장 소외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는가가 진짜 경쟁력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여성의 평등은 모두의 진보다

2014년 세계 여성의 날, 유엔은 여성의 평등은 모두의 진보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여성이 교육받을 때 가정이 변하고,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 지역 사회가 변하며,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할 때 조직이 변한다. 그 변화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믿어준 교수님, 묵묵히 지켜준 가족, 함께해 준 동료와 학생들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차별받지 않게 해주며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섯 번째 딸이었던 자신의 삶과, 소를 팔아 딸을 대학에 보낸 우간다 여성의 삶이 바로 그 증거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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